옥 (獄 / Prison)

 
옥 은 노아 이전 사람들의 영혼이 사후에 최후의 심판을 받기까지 잠시 머무는 곳이다(벧전 3:19). 한글 성경에 ‘옥’, ‘감옥’으로 번역된 헬라어 ‘휠라케’는 ‘보호하다’, ‘감시하다’를 뜻하는 휠라쏘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는 사도들이 복음을 전파하다가 결박당하여 갇혔던 ‘감옥’을 나타낼 때 자주 쓰였다(마 14:3, 18:30, 행 5:19, 22; 12:4, 17; 16:23, 24, 27, 37, 40; 26:10 등).

그러나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옥’은 단순히 누구를 가두어 두는 물리적 장소로서의 감옥이 아니라 인간의 사후 거처로서의 ‘옥’이다(벧전 3:19). 옥에 대해서는 창세기 6장 1-9절과 베드로전서 3장 19, 20절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요한계시록 20장 7절에도 ‘휠라케’(옥)가 쓰였지만 문맥상 3절의 ‘무저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옥’과는 구별되는 곳이다.
그렇다면 옥은 어떤 곳이며, 어떤 사람들이 가는 곳인가?

지옥과 구별되는 곳

첫째, 옥은 지옥과 구별된다. 혹자는 ‘옥’을 ‘지옥’과 동일한 장소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예수께서 ‘영으로 옥에 있는 영들에게 복음을 전파하셨다’(벧전 3:19; 4:6)는 말씀에 의해 거부된다. 즉 만일 여기서 말하는 옥이 지옥이라면, 예수께서 이미 최후 심판을 받아 지옥 형벌에 처해진 자들에게 구원을 위한 복음을 전파하셨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되면 지옥이 최후 형벌의 장소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그러므로 옥은 결코 지옥이 될 수 없다. 옥은 최후 심판을 받기까지 잠시 머무는 장소요 지옥은 최후 심판을 받은 자들이 거하는 형벌의 장소다.

한편 로마 가톨릭에서는 베드로전서 3장 19절을 근거로 ‘연옥’ 교리를 주장한다. 산 자가 헌금을 많이 하고 기도와 봉사를 통해 덕을 많이 쌓으면 죽어서 연옥에 가 있는 자들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경 어디에도 죽은 자를 위하여 드리는 헌금과 기도와 봉사를 말씀한 곳은 없다. 이 또한 성경에 위배된 잘못된 가르침이다. ‘연옥’은 성경에 없는 교리적 주장에 불과하다.

노아 이전 사람들이 있는 곳

둘째, 옥은 노아 이전 사람들이 최후 심판을 받기까지 머무는 장소다. 창세기에 의하면, 하나님은 자기 형상을 따라 그 모양대로 사람을 만드시되 남자와 여자를 지으시고(창 1:26, 27), 그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하셨다(창 1:28). 그리고 세월이 흘러 땅에 사람이 충만하게 되었을 때, 그중 한 사람을 택하여 그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생령이 되게 하셨다(창 2:7). 그의 이름을 아담이라 하셨으니, 그가 곧 오늘날 인류의 첫 조상으로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실 길을 예비하기 위하여 준비된 자다.

성경은 충만한 수의 사람들 가운데 하나님께 택함을 받아 생령, 곧 영적 존재가 된 아담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을 가리켜 ‘떨어진 자’, ‘탈락된 자’라 하여 ‘네피림’이라 칭했다(창 6:4). 이렇게 하나님께 택함을 받은 아담은 동방의 에덴 동산에서 하나님과 영적인 사귐을 가지며 지냈고(창 2:16, 17), 나머지 네피림들은 에덴동산 밖 그들의 원 거주지에서 이전과 같이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이 아담을 위하여 예비하신 여자로 인하여 아담이 범죄하자(창 3:6),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 밖 원 거주지로 쫓아내셨다(창 3:23). 그후 영적 존재인 아담의 후손과 영이 없는 육적 존재인 네피림의 후손 사이에 결혼하는 일들이 빈번해지면서 순수한 영적 혈통을 가진 수가 줄어들어 영적 존재가 멸절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창 6:2-4). 이에 하나님은 하나님의 뜻대로 순수한 영적 혈통을 보존하고 있던 노아의 가정(여덟 식구)만을 ‘의롭게’ 보시고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을 멸하시기로 작정하셨다(창 6:7). 그리고 그 방법으로 세상에 전무후무한 엄청난 규모의 홍수를 내리셔서 노아의 가정을 제외한 온 인류를 물로 멸하셨다.

이때의 상황을 정리, 요약하여 제시하고 있는 것이 베드로전서 3장 19, 20절이다. 본문에 의하면, 옥에 갇혀 있는 영들은 “전에 노아의 날 방주 예비할 동안 하나님이 오래 참고 기다리실 때에 순종치 아니하던 자들이라 방주에서 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은 자가 몇 명뿐이니 겨우 여덟 명이라”고 했다. 여기서 ‘순종치 아니하던 자’라는 말은 ‘아담의 영적인 후손이면서 영이 없는 네피림의 후손과 결혼한 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당시에 존재하던 네피림들이나, 아담의 후손과 네피림의 후손 사이에 태어난 자들은(창 6:3) 영이 없는 육체적 존재들이기 때문에 홍수로 멸하면 육체적 호흡이 끊겨 그것으로 심판이 끝나므로 심판을 위하여 그들을 따로 가두어 둘 필요가 없다. 따라서 영적 존재인 아담의 후손으로서 육적 존재인 네피림의 후손과 결혼한 자들이 바로 ‘순종치 아니하던 자들’이며, 하나님은 이들의 불순종을 인하여 심판 때까지 옥에 가두어 두셨다(벧전 3:19).

영으로 복음이 전파된 곳

셋째, 옥에 있는 영들에게도 복음이 전파되었다(벧전 3:19; 4:6). 베드로전서 3장 19절과 4장 6절에는 옥에 있는 영들의 구원 문제를 다루고 있다. 3장 19절에는 “저가 또한 영으로 옥에 있는 영들에게 전파하시니라”고 했고, 4장 6절에는 “이를 위하여 죽은 자들에게도 복음이 전파되었으니 이는 육체로는 사람처럼 심판을 받으나 영으로는 하나님처럼 살게 하려 함이니라”고 하여, 옥에 있는 자들에게도 복음이 전파되었음을 말씀하고 있다.

신구약 전체를 통틀어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구원은 오직 예수의 보혈로 말미암는다. 예수의 보혈을 믿는 자는 구원을 얻고 예수의 보혈을 믿지 않는 자는 멸망한다. 구약시대 신자들은 율법 아래서 양과 염소의 피로써 그 증거를 삼아 하나님께 제사하며 오실 메시아를 기다렸기 때문에 그 믿음으로 아브라함의 품에 이르렀다가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시는 순간 그들에게도 보혈의 효력이 미치게 되었다. 신약시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죄를 위하여 피 흘려 죽으신 것을 믿고 시인하는 자마다 그 보혈의 공로로 인하여 구원받는다.

그러나 노아 당시에는 아직 구원의 개념이 없었고, 다만 경외할 하나님의 이름 ‘여호와’만을 부르던 시기였기 때문에(창 4:26),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복음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 이에 예수께서 이들을 위하여 친히 영으로 복음을 전파하신 것이다. 옥에 갇혀 있던 자들 중 이때 복음을 받아들인 자들은 구원을 얻고, 그렇지 않고 복음을 거부한 자들은 심판을 받는다.